히가시노 게이고의 여러 소설 중, 첫 번째로 읽은 소설은 바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입니다.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당시, 도서관에 꽂혀있던 여러 책 중, 동료들이 가장 자주 읽었던, 대출 장부에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책을 읽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지 않았던 저이기에, 그저 인기가 많은 책이라는 생각만 하고 넘겼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여자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읽고 나서 책의 완결성에 한 번 놀랐고, 독자를 충분히 배려한 쉬운 문체와 자극적이지 않은 내용으로 책을 집필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에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 마음에 남았던 여러 구절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한다면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 주는 게 옳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여러 대상 중 하나를 말하자면, 바로 유기 동물입니다. 처음 입양을 받을 당시에는 마지막까지 책임을 질 것처럼 행동하지만, 여러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도적으로 이끌어낸 운명적인 만남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인터넷에서 듣고 보았던 저로써는, 불쌍하게 길거리로 내버려지는, 때문에 쉬이 목숨을 잃는 동물들이 떠올랐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이미 서로의 마음이 단절된 후 생겨난 것, 나중엔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구 역시, 연인이 될 수도, 친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개성이 있으나, 친구나 연인으로 발전하는 데에는 서로 다른 개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사이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부재한 경우,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규정하게 되는 경우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몇 년을 함께 하더라도, 하루 아침에 남남이 될 수 있는 것이 사람 간의 관계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염두 해 두고, 미리 상처 받지 않는 연습을 한다면 좋겠습니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죠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스스로의 재능에 대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의심은 인간에게서 모든 의욕을 빼앗아간다 그런 때에 당신의 노력은 절대로 쓸데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 문구를 읽고 나서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최근 취업난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도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고, 고용 시장이 경기 침체로, 최저 임금 상승의 여파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무원’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고용 불안에 대한 위험성을 무릅쓰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여러 친구들의 경우 그래도 경제 활동을 통해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살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공무원이 되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의 경우 높은 경쟁률과 그 치열함에 여러 번 고배를 마신 친구들이 많습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합격할 것 같은 그 아슬아슬함이 그들을 계속 붙잡아 두곤 합니다. 최고의 결과를 이뤄내길 친구로서 항상 바라지만, 만에 하나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을 경우, 그들이 그 동안 세상 누구보다 치열하게 도전해왔던 그 시간들이 자신들이 느끼기에 무의미한, 낭비의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하고 좌절할지 몰라 친구로서 저는 두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 두 명에게 저 문구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감동하는 친구들을 보며, 책의 힘은, 언어의 힘은 정말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이며, 혹시라도 원하는 합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그 동안의 노력은 다른 곳에서라도 분명 보상받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3일에 걸쳐, 틈틈히 읽었던 책입니다, 부담을 가지며 읽지 않았고,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 때마다 읽었고, 그 이상으로 읽으며 받은 것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책을 읽으며 느끼는 감상은 다르겠지만,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주위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다시금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좋은 책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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